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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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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의 푸르른 소나무를 이용해 술을 빚어내는 조상들의 지혜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남 함양의 솔송주는 봄철 돋는 송순과 솔잎으로 빚어낸 우리 고유의 전통주다. 토종찹쌀과 곡자, 송순, 솔잎을 넣고 지리산 자락에서 솟아나는 암반수로 맛을 낸다. 무엇보다 은은한 솔향기와 감칠맛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서 무형문화재 박흥선 명인으로부터 솔송주에 대해 들어봤다.
흥선 명인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표적인 인물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16대 손부다. 솔송주는 바로 조선시대 이름난 양반 집안인 하동 정씨 가문에서 50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가양주다. 1977년 시집와 시어머니로부터 솔송주 빛는 법을 전수받았다.
"솔송주는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였기 때문에 시어머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습니다."
시어머니는 올해 8월 105세로 돌아가셨다.
"시어머님은 7,8년 전에 솔송주를 글라스로 한 잔씩 마시곤 했습니다. 숨도 쉬지 않고 마시곤 하셨죠. 솔송주를 무척 아끼셨던 분입니다."

함양 개평마을은 고즈넉한 한옥마을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양반가라면 '좌안동우함양'을 일컫는데 안동은 알아도 함양은 숨겨져 왔습니다. 우함양이 바로 개평마을을 가리킵니다."
"시집온 지 36년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한옥을 싫어했어요. 불편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한옥을 찾아오잖아요. 어떻게 사는지 보고 배워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술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술 만드는 것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때 우리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는 1996년 '지리산 송솔주 명가원'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주소사업에 나섰다. 그동안 제사나 행사가 있을 때나 술을 빚어 사용하던 것을 대량생산하게 되었다.

"그냥 집안에서 만드는 가양주이다 보니 생산에 한계가 있었어요. '지리산 솔송주'를 만드는 대형 술도가인 '명가원'을 만들고서야 대량생산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솔송주는 봄에 솔잎 송순을 따서 찹쌀을 넣고 발효시켜서 빚는 술입니다. 숙취도 없죠.
솔향기가 코끝에 은은하게 나 부드럽게 넘어가는 술이 바로 솔송주입니다."
청정지역인 지리산이 곧 솔송주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봄철 뒷산에서 나는 솔잎 송순을 모아 둡니다. 마구 따면 삼림법에 위반되죠. 하지만 우리나라 소나무는 빡빠가잖아요. 지자체에서 봄에 그것을 벌채해두는데 그것을 가져다 사용해도 되요. 주로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송순을 채취하고 8월에 솔잎을 한번 더 다 보관을 해 사용합니다."하지만 그는 솔송주 생산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술밖에 생각이 안나요. 옛날에는 눈과 손대중으로 맞추고 혀끝으로 맛을 보는 것을 정확한 레시피로 만들려니 죽을 뻔 했죠. 아침 6시 기상해서 하루 종일 술만 잡고 살았죠. 처음에 저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옛날에는 항아리로 했던 것을 대량으로 하다 보니 좀 다르더라구요. 쌀을 열 가마씩 한독에 넣다보니, 온도조절이 안되잖아요, 술은 발효거든요, 발효는 바로 온도구요, 그것을 냉각시키고 기계장치를 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노력의 결과였을까. 명가원 설립 3년 뒤 1999년 우리식품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2002년에는 '한국 전통식품 베스트5 선발대회'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또 그는 2005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27호로 지정되었다. 지리산 자락의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함양의 깨끗한 이슬을 머금고 자란 복분자로 만든 그의 '복분자주'는 국내 최초로 호주,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그후 솔송주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공식만찬주로 지정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2008년 람사르 총회 공식 건배주, 2011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 공식 건배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5년 식품명인으로, 올 3월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니 이렇게 되네요. 책임감도 느껴지고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는 글로벌시대에 전통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박람회에 많이 나가봤는데 그때 남의 것을 가져가봐야 말짱 헛일이잖아요. 우리 것을 관리 보존해야 경쟁력이 생기잖아요. 잘 보존해서 후손에도 남겨주어야 하고. 글로벌시대에 국력을 키워야 문화가 따라오는 법이잖아요."
"술을 하면서 감사한 것이. 우리 옛날 선조님들의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우리 산과 들에서 나는 것 즉 자연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탄복할 일입니다. 자연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것이 신기하고 지혜롭습니다."

그는 2010년 솔송주에 이어 '담솔'을 선보였다.
"'담솔'은 맑은 소나무라는 뜻입니다. 솔송주를 증류해서 내린 술로 2년간 저온숙성 시켜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을 이끌어낸 뒤 꿀로 뒷맛을 잡아낸 고급증류주입니다."

담솔은 2010년 우리나라 최대 품평인 '우리술 품평회'에서 2010, 201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 농진청의 지원에 힘입어 녹파주를 복원해 화제가 되었다.

"녹파주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사이에 선비들이 즐겨 마시던 술입니다. 찹쌀이 많이 들어가고 맵쌀이 조금 들어가고, 이것은 쌀을 갈아서 익반죽을 해서 그렇게 발효시키는 것이죠. 저온에서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와인도 드라이와인과 스위트 와인이 있는데 이것은 드라이와인에 해당합니다."

지난 5월 농진청 50주년 행사에서 이명박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녹파주로 건배사를 하게 돼 뜻밖에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